기술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들에 대하여

화려한 3D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기술은 단순한 '사용법'을 넘어 '왜 만드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위대한 거장들이 증명했듯 기술의 중심에 '사람'을 두는 확고한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상상력을 확장하는 진정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2025년 11월 12일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들에 대하여


화려한 3D 애니메이션의 무대 뒤편은 수많은 기술과 알고리즘, 그리고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도구들로 채워집니다. 저희 로커스는 바로 그 무대 뒤에서 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꿈꾸는 장편 3D 애니메이션 제작사입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제작 과정에 녹여내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기술이 세상에 왜 등장했는지, 그 뿌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기술의 본질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기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단순한 '과거 공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술에 담긴 본질과 미래의 방향성을 읽어내는 여정입니다. 세상의 모든 기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인간의 간절한 의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반 서덜랜드의 '스케치패드'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작점에는 "사람과 기계가 직접 소통하게 만들겠다"는 위대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마야, 블렌더, 언리얼 엔진과 같은 놀라운 3D 소프트웨어들이 바로 이 철학에서 싹을 틔운 것입니다. 그의 창조적 의도를 이해할 때, 우리는 기술의 기능을 넘어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사고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이는 오늘날 대중화된 대화형 아바타 시스템의 근본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모든 DCC 툴의 근원, 스케치패드(Sketchpad)

기술은 결코 홀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다음 세대의 혁신에 불을 지핍니다. 서덜랜드의 제자였던 앨런 케이는 "모든 아이가 컴퓨터를 통해 배우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의 꿈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OOP)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그가 만든 '스몰토크'는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넘어, 그래픽 환경과 완벽하게 통합된 최초의 개발 환경이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아버지인 이반 서덜랜드의 제자 앨런 케이는 현대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인 객체지향 프로그래밍(OOP)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C++, 파이썬, 자바 등 현대 프로그래밍 언어의 핵심 개념이 이처럼 그래픽 인터페이스 연구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스승이 '세상을 어떻게 화면에 담아낼까'를 고민했다면 제자는 '세상의 원리를 어떻게 프로그램 안에 구현할까'를 연구한 것입니다. 이처럼 창시자의 철학을 이해하면 기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 그 맥락을 짚어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할수록 자칫 그 화려함에 취해 기술에 종속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줍니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과 의지가 빚어낸 산물이라고 말입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기술을 단순한 효율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술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왜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 위대한 거장들은 기술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 월트 디즈니: 1937년, 모두가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할 때, 그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당시 사용된 '멀티플레인 카메라'는 기술적으로는 간단한 장치였지만 "캐릭터에게 깊이와 감정을 불어넣고 싶다"는 그의 인간적인 의지가 디즈니 신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멀티플레인 카메라 연출은 여러 개의 그림 조각들을 서로 다른 속도와 거리로 카메라 앞을 지나가게 하여 영상의 깊이와 느낌을 확보합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디지털 제작이 대세가 된 시대에도 그는 수작업을 고집하며 "생명력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끝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기술보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의 마음이 먼저라는 철학이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술 세계

  • 에드 캣멀: 픽사의 창립자 에드 캣멀은 "기술을 예술의 언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품었습니다. 픽사는 '렌더맨'이라는 혁신적인 렌더링 기술을 개발했지만, '토이 스토리'의 진짜 성공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와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이었습니다. 이는 '사람 중심의 기술 문화'가 이뤄낸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토이 스토리의 탄생 스토리

같은 기술, 다른 미래: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같은 기술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생성형 AI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우리가 어떤 철학으로 이 기술을 대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모션 캡처 기술은 캐릭터의 감정을 한층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감독들의 열망 속에서 발전했습니다. 영화 '아바타'는 이 기술을 통해 경이로운 생명력이 넘치는 세계를 창조해냈습니다. 딥러닝 기반의 애니메이션 자동화 기술 역시, 아티스트들을 반복적인 노동에서 해방시켜 창의적인 작업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우리는 효율성과 예술성의 동반 성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활용된 모션 캡처 사례

하지만 기술이 오로지 상업적 대량 생산의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예술성 없는 값싼 콘텐츠가 넘쳐나고 대중은 기술에 피로감을 느끼며 문화는 소모될 것입니다.

딥러닝 기반 애니메이션 자동화 기술은 아티스트의 반복적인 노동을 줄이고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효율성과 예술적 확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상업적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경우 값싼 콘텐츠의 남발과 예술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기술 피로감과 문화적 소모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로커스의 길: 기술로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다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방향'은 예술일 수도, 산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며 기술을 다시 인간의 상상력에게 돌려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2019년, 로커스는 글로벌 장편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를 제작하며 수백 명의 아티스트, 엔지니어와 함께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도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2월 개봉하여 5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퇴마록> 역시 그 도전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로커스는 앞으로도 "기술로 예술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기술의 뿌리를 탐구하며 인간의 상상력을 스크린 위에 펼쳐내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2019년의 로커스, 글로벌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에 도전하다.

2025년의 로커스, 우리만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적 표현으로 도전하다.